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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로그

음악으로 성장하는 소녀 영화 '코다' 청각장애 가족 및 감성, 자아 탐색 분석

by 리MI오 2025.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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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개봉한 영화 '코다'는 제목부터 큰 상징을 품고 있습니다. ‘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약자로, ‘청각장애 부모를 둔 자녀’를 뜻합니다. 동시에 음악 용어로 ‘곡의 마지막 마무리’를 의미하기도 하죠. 이중적 의미를 지닌 제목처럼, 영화 코다는 청각장애 가족 속에서 소리를 유일하게 듣는 소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감성적으로 담아낸 성장 드라마입니다. 특히 음악과 감정을 매개로 소녀가 자아를 탐색해가는 여정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과 공감을 남기며,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3관왕을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코다의 핵심인 청각장애 가족과 음악이라는 요소, 그리고 루비라는 소녀의 심리 성장 과정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분석을 시도합니다.

 

영화 코다 관련 사진
영화 '코다' 포스터

소리를 공유할 수 없는 세상 속 유대

코다에서 루비는 청각장애 가족 속 유일한 청인(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가족과 세상을 잇는 통역자이자, 가족의 생계를 돕는 중요한 일원입니다. 루비의 부모와 오빠는 모두 청각장애인으로, 매일 어업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루비는 새벽같이 배를 타고 나가 부모를 돕고, 낮에는 학교에 다니며 또래와 어울리는 생활을 병행합니다. 가족과의 대화는 모두 수화를 통해 이뤄지며, 대사는 자막으로 처리되지만, 이 장면들은 결코 단절감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코다는 ‘소리 없는 세계’에서도 충분한 사랑과 유머, 갈등과 화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루비가 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감정의 교류이며, 이로 인해 청각장애 가족의 일상과 감정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영화는 청각장애를 ‘극복해야 할 불행’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가족은 소리 없이도 서로에게 충실하고, 특유의 유대감과 따뜻함으로 관객을 감동시킵니다. 하지만 루비가 자신의 꿈을 좇아 가족 곁을 떠나려 할 때, 가족은 혼란을 겪습니다. 이 장면에서 ‘의무’와 ‘자아실현’ 사이의 갈등이 극대화되며, 루비의 정체성 고민이 깊어집니다. 가족을 위한 존재가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루비는 큰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소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노래의 힘

영화 코다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루비의 감정과 자아를 상징하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루비는 우연히 합창단에 들어가게 되고, 선생님의 권유로 음악에 대한 잠재력을 깨닫게 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소리의 세계와 연결된 유일한 통로이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수단이 됩니다. 루비는 처음엔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합니다. 가족이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이유로, 자신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억눌러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음악을 통해 점차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감정을 진심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루비가 가족을 위해 수화로 노래를 부르는 순간입니다. 이 장면은 음악이 소리 그 자체가 아니라, ‘느낌과 마음을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음악은 루비와 가족 간의 벽을 허물고, 비로소 서로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게 만드는 매개가 됩니다. 또한, 루비의 음악 선생님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존재가 아닌, 그녀의 가능성과 감정을 존중하며 자립을 이끄는 조력자입니다. 그는 루비에게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들도 음악을 느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그녀가 가슴속의 망설임을 극복하도록 도와줍니다. 음악은 이 영화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이자, 사랑과 이해를 전달하는 언어로 기능하며, 루비의 내면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자아 탐색과 선택의 용기

루비의 성장 서사는 자아 탐색의 여정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가족의 통역자로 살아가며 ‘나’보다 ‘우리’를 우선시하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통해 처음으로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되고, 삶에서의 선택과 독립에 대한 고민을 시작합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보스턴 음악학교 입시 장면입니다. 루비는 부모가 끝까지 반대할 것을 알면서도 시험에 도전합니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그녀는 수화를 병행하며 노래를 부릅니다. 이 장면은 ‘가족을 위한 희생’과 ‘나 자신의 삶’을 동시에 품는 상징적 행위로, 루비의 내면 성장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이 선택은 단순히 음악학교에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입니다. 그녀는 가족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더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선택을 합니다. 코다는 이러한 루비의 변화 과정을 따뜻하고도 섬세하게 따라갑니다. 성장이라는 것이 단순히 나이가 들거나 상황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인식하고, 두려움 속에서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루비는 결국 가족과 자신의 꿈을 모두 지키는 인물로 완성되며, 관객에게도 ‘나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코다는 음악과 감정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청각장애 가족과의 유대, 음악의 울림, 그리고 선택의 용기까지, 이 영화는 모두의 마음에 긴 여운을 남깁니다. 지금 당신도 코다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꿈을 향한 용기를 되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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